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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에 대처하는 콜라곰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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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즈곰 2008. 5. 20.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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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새삼 언급하지 않아도 인터넷이 가능한 대한민국의 상식인이라면 누구나 일정 이상의 지식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최소한 정운천 장관이나 민동석 정책관보다는 많이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기에 길게 언급하는 것은 무의미할 것이다.

동물성 사료 문제만 간단하게 언급해보자. 다들 알고 있는 것처럼 미국은 현재 동물성 사료를 허용하고 있다. 단지 소의 부산물을 그대로 소에게 먹이는 것만 금지하고 있을 뿐, 소의 부산물로 만든 사료를 돼지와 닭에게 먹이는 것과, 돼지와 닭의 부산물로 만든 사료를 소에게 먹이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교차감염의 우려가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점이 문제다.

한국의 이번 협상의 근거가 되었다던 FDA 사료정책을 보자면, 미국의 사료정책이 강화되기는 커녕 전보다 완화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부는 계속 발뺌하다가 결국 영어해석이 안 되었노라고 실토를 하고 말았다. 차마 미국에게 사기당했다고 말하지는 못하고 스스로의 무능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 사료정책의 기준으로 본 동물성 사료로 쓸 수 있는 미국 소의 부위들은 다음과 같다.

[30개월 미만 소의 모든 부위와, 30개월 이상의 소의 뇌와 척수를 제거한 모든 부위.]

30개월 미만의 소라면 식용검사를 통과하지 못했거나 병들어 폐사한 소라 해도 모든 부위를 사료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고, 30개월 이상의 소라면 광우병에 걸린 소라고 해도 뇌와 척수를 빼면 모두 사료로 쓰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도 미국 사료정책에서 한가지 진보가 있다면, 이번 한미협정으로 인해 미국의 동물성 사료는 상대적으로 조금은 안전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FDA 기준 광우병 위험물질로 규정되어 원래대로라면 사료로밖에 쓸 수 없었던 30개월 이상의 경추, 횡돌기, 극돌기, 정중천골능선 부위들을 한국에 수출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비싼 값에 사람에게 먹일 수 있는 부위를 미치지 않고서야 사료로 갈아버릴 리는 없을 것이다. 참고로 저 부위들은 한국에선 꼬리곰탕, 갈비, 수육 등으로 소비된다.

물론 동물성 사료의 문제점은 그것이 광우병 위험인자로 만들어진다는 것뿐만은 아니다. 미국의 보건소에선 매년 9백만마리의 개와 고양이들이 안락사를 당하고 있으며, 이들 역시 동물성 사료의 재료로 들어간다. 차에 치어 사망한 동물들도 예외는 아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고기들 역시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사료로 들어간다. 닭의 부산물에는 닭털들과 축사 바닥에 쌓여있는 닭똥들까지 포함된다. 마치 마녀의 가마솥의 내용물을 연상케 하는 이러한 재료들을 끓인 후 분말화하면 소를 살찌우고 마블링을 잘 살려주는 동물성 사료가 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있다. 과연 미국의 소들만 저런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가? 한우들은 모두 광활한 대관령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으며 자라는 건강한 소들인가? 한국에선 광우병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광우병에서 천년만년 안전한 국가인가?

한국은 광우병 청정국가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그 근거는 아직까지 광우병이 단 한 건도 발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의 소들은 입에 거품을 물고 주저앉는다 해도 숨만 붙어있고 약물반응만 나오지 않는다면 식용 처리된다. 왜? 광우병 청정국가이기 때문에 광우병 검사의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산 소들은 수출이 되지 않기 때문에 국제기준에 따를 의무가 없다. 2006년 한국에서 도축된 소는 모두 63만마리인데, 이 중 광우병 검사를 받은 소는 6천마리에 불과하다. 이 6천마리에서 광우병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과연 한국이 광우병에서 안전한 국가라고 자부할 수 있을까? 미국산 소가 안전한 만큼은 안전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한우들은 광우병의 위험에서 안전한가? 그리고 한국인들은 안심하고 한우를 먹어도 아무런 염려가 없는 것일까? 일단 동물성 사료 정책 면에서, 한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반추동물의 부산물을 반추동물에게 먹이는 것만을 금지하고 있다. 교차감염의 우려는 얼마든지 존재한다. 정부는 한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한 적이 없기 때문에 광우병 발병국가들과 동일한 정책으로 비용을 높일 이유가 없다고 말하지만, 한국은 2000년까지 광우병 발병 국가 22개국에서 육골분을 수입해왔다. 이것들이 과연 정부 주장대로 도자기 재료로만 쓰였을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혹자는 한국의 광우병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미국산 쇠고기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물타기 수법이라고 반발하곤 한다. 난 오히려 진지하게 반문하고 싶다. 당신이 미국산 소고기를 반대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광우병 위험이 있는 쇠고기를 내 자식에게 먹이고 싶지 않은 부모의 심정인가? 아니면 그런 부모들의 마음을 반미선동에 이용하려 하는 유치한 선동가인가?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 한우 문제는 덮어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순간부터 미국소에 대한 반대의 논리는 민족주의와 애국심 외엔 모두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그건 더이상 논리가 아니라 유치한 선동이요, 조선일보를 주축으로 하는 반대파들의 좋은 먹잇감이 될 뿐이다. 만약 한국인에게 광우병이 발병되었을 때, 미국에서 한국의 부실한 광우병 대책을 거론하면서 한우에 의해 발병된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뭐라고 반박할 셈인가?

우리가 미국소에 반대하는 이유는 그것이 미국의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광우병의 위험이 있는 소이기 때문이다. 기존같으면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묻혀버렸을 수도 있는 한우농가의 문제점이 이번 기회에 개선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미국소와 한우는 취사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같이 풀어가야 할 문제이다. 청계천을 수놓은 3만개의 촛불은 미국의 축산업에서 한우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촛불이 아니라 한국인 모두의 안전을 기원하는 촛불인 것이다.

유럽에 광우병의 광풍이 몰아닥쳤을 때 일본은 즉시 20개월령 이상의 모든 소들에게 광우병 검사를 실시했고, 동물성 사료를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한편 교차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현미경으로 소의 사료를 검사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의 1/20도 되지 않는 소에서 미국보다 더 많은 광우병이 발생되었다고 처음엔 다들 비웃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품질을 가진 소라고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자국의 30개월 미만의 소에서 프리온이 발견되었으니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하겠다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었고, 미국 또한 반박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 30개월령 소고기가 반입되었을때 “다른 나라로 갈 물건이 잘못 갔다.”는 사과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다른 나라가 한국이라는 증거는 없지만, 이번 협상과정에서 미국이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여실히 드러나게 되었다.

국익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하지만 국민의 건강보다 더 중요한 국익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 축산업계에 한국인의 건강을 팔아넘겨서도 안되지만, 한우농가를 위해 국민건강을 볼모로 삼는 일 또한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공무원 숫자나 줄여볼 생각 하지 말고 당장 한우 도축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연구인원 충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