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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가 왜 귀를 잘랐는지 아는가

멋대로감상

by 니즈곰 2006. 4. 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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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심신증이라고 진단받은 일본인 파일럿이 있었지? 역분사를 해서 제트기를 동경만에 떨어뜨린 사람 말이야. 내 생각에 그는 강박신경증이었어. 파일럿에게 있어서 최대의 공포는 뭐라고 생각하나? 그래, 비행기를 떨어뜨리는 것이야. 공포라고 하는 것은 상상력에 의해 생긴다. 밥을 먹을 때도 화장실 안에서도 그는 그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해 전전긍긍하다가 드디어 해결책을 하나 찾아냈지. 그게 뭔지 알겠나?"

나는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끼며 대답했다.

"실제로 비행기를 떨어뜨린다?"

"그렇지. 실제로 떨어뜨려 버리면 더 상상하지 않아도 되니까. 고흐도 그랬겠지?"

고흐가 왜 귀를 잘랐는지 아는가 - (원제: 엑스터시)


나에겐 무라카미 류의 두번째 책.

첫번째 책은 '한 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였고, 두번째가 이것이다.
두권의 공통점은 읽을 땐 참 괴로웠다는 것. 다 읽고 난 후엔 야하다라기보다 마음속에 남은 허무하고 비참함이었고, 그 뒤에 남은 작은 안도감이었다.

특히 이 '고흐가 왜 귀를 잘랐는지 아는가'는 '한 없이..'보다 수위가 많이 심해서 버스에서 읽을 때 뒤에서 누가 보는게 아닐까~하는 불안감까지 있었다.

'한 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나 '고흐가 왜 귀를 잘랐는지 아는가'나 제목을 보고 기대했다간 참 오산인 책이지.
아. 이 책의 원제는 사실 '고흐가 왜 귀를 잘랐는지 아는가'가 아니라 '엑스터시'였다. 국내에 소설 제목부터 이러면 못들어 올까바 바꿨다고.

미국의 노숙자들이 모인 곳에 뮤직비디오 찰영건으로 갔다가  어떤 남자에게 '고흐가 왜 귀를 잘랐는지 아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난 주인공은 그 질문으로 시작하여 게이코란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 여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점점  마약과 섹스에 빠지면서 자신을 잃게 되고, 결국은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단 이야기이다.

줄거리처럼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마약과 섹스가 가득하다. 각종 마약들이 나오고 SM, 3인플레이등 각종 섹스에 관한 내용도 가득하다. 야하다못해 역겹다..라고 느낄 수 있을것이다.
보통 소설에서 볼수 없는 극으로 가는 내용때문에 참 읽기 힘들었다. (그나마 '한 없이.. '를 읽어봤던 탓인지 적응이 되어서 생각보단 읽기는 수월했음; )


위의 파일럿 이야기. 그리고 고흐의 이야기. 그리고 주인공.

마약과 게이코에게 빠져가면서 게이코의 존재에 공포를 가지는 주인공은 결국 그 공포에 자신의 존재를 버려버리는 모습을 한다.

게이코의 이야기를 들을 때 처음엔 게이코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욕망과 수치를 느끼다가 중간엔 아예 자신의 존재를 의자의 다리로 인식하기도 하고 자신을 버리는 모습을 보인다. 대화가 가면 갈 수록 자아는 사라지고 주체는 게이코가 되어갔다. 그리고  그 게이코에 말에 압도되어 스스로 마조히스트가 되어간다.
그리곤 게이코의 충실한 노예가 되어버렸다. 중간 중간 게이코와 야자카를 가까이 하지 말라는 사람들의 충고도 있었고, 자신 스스로가 '이것은 위험하다'라고 느꼈으면서도 마약과 성적인 욕망, 그리고 게이코에 대한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그들에게 벗어나지 못하고  그들에게 이용당하여 '뱃속에 콘돔3겹으로 싼 마약을 넣고 다니면서 그들에게 마약을 바치는 운반책'이 되었고, 결국 뱃속의 마약이 터지면서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었다.

결국 주인공도 게이코가 중간에 말한 미에같은 '사냥감'이었을 거다.


이번 류의 소설도 우울해.비참해. 망가질때까지 망가지는 사람의 모습은 참 보기 힘들어.

하지만 소설을 통해 나의 욕망은 어떤것일까. 난 어떻게 될까. 나의 평범함이 얼마나 다행인가에 대한 온갖 생각을 해본다.

이것이 무라카미 류의 소설의 매력일까?

아직 두권이다. 시간나는 대로 더 읽어보고 싶다. 무라카미 류의 책.


1. 나도 참 쥐어주는 책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는구나.(쥐어주지 않으면 안읽긴 하지만; )
  대학교때까지만 해도 남자라던가 섹스라던가 굉장히 싫어했다. 좀 이상할 정도로.
  그사이에 참 많이도 변했군. 후우~ -_- 

2. '한 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를 시간나면 다시 읽어봐야겠군.;; 그땐 첨에 충격받아 솔직히 대충 읽었다.

3.  사실 고백하자면, 무라카미 하루키랑 무라카미 류가  무슨 관계가 있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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